《CEO저널》에서 사단법인 한국연극치료협회 한은주 협회장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오랜 시간 협회와 함께해 오시면서 경험한 연극치료가 보여준 진정한 힘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 바로 기사를 통해 연극치료의 여정과 앞으로의 비전을 확인해 보세요.
기사 링크: http://www.ceojhn.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2
“연극치료가 주는 기회가 있어요. 나를 다시 발견하고 바라볼 기회를 줘요”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들여다보는 내면

[CEO저널=김지은 기자] 삶에서 누구나 하나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상처를 직면하고 해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처를 직면할 용기가 없거나 어떻게 직면을 하고 해결해야하는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이라는 예술이 이를 도와줄 수 있다.
지금까지 그저 지나치기만 했던 나의 진정한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은주 한국연극치료협회 대표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연극치료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Q. 한국연극치료협회와 대표님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연극치료협회의 대표 한은주입니다. 우리 한국연극치료협회는 2005년 6월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20주년이 됐고요. 기념행사들을 알차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초대 회장으로 박미리 대표님이 계셨고, 2대 회장에 이선형 대표님 그리고 제가 3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협회 창립부터 이사로 계속 있었습니다.
Q. 연극치료사가 구체적으로 하는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네. 예술적인 경험을 통해서 심리 치유와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입니다. 우리 협회 정의에서는 연극치료사는 참여자의 심리적 문제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 연극 활동을 매개로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면, 즉흥극, 역할극, 스토리텔링, 가면, 인형, 신체 움직임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연극 매체를 사용해서 참여자가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도록 해주고 결과적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연극치료사는 참여자를 위해서 안전한 치료 환경을 조성해요. 안전하다는 건 물리적인 환경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으로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참여자의 필요한 목표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Q. 나중에 연극치료사가 되기를 꿈꾸는 분들도 계실 거 같은데, 연극치료사가 되기 위한 과정과 꼭 필요한 자격은 무엇인가요?
A. 연극치료사를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이타적인 마음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연극치료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모르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그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우리 협회에서는 연극치료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 한국연극치료협회 공간에서 저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론 과정과 실기 과정 그리고 실습 과정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이 과정들을 이수한 후에 자격 검정 시험을 거치면 2급 자격증을 받습니다. 그러면 2급 자격증 취득하고 그와 동시에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초반에 활동하실 때에는 저희가 다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Q. 한국연극치료협회를 설립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굉장히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아까 말씀드린 초대 박미리 대표님께서 운명적으로 제가 교감으로 근무하고 있던 한국육영학교라는 특수학교로 찾아오셨어요. 한국육영학교는 영화 ‘말아톤’에 나왔던 학교라고 말하면 제일 잘 알아들으시는데요.(웃음)
제가 그 학교의 교감으로 있었는데 당시 용인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 이셨던 박미리 대표님이 학교를 방문하셨어요. 자폐성 장애 아이들이 대부분이던 저희 학교에서 자원봉사로 연극치료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처음 뵙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저도 연극치료가 생소했던 분야였어요. 근데 일단 자원봉사를 하시겠다고 하니 믿고 시작을 했어요. 저희 학교 애들 한 열 명 정도와 연극치료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같이 활동을 하는데 자폐성 장애 아이들이 점점 변하는 거예요. 연극치료 몇 회를 거듭하면서 사회성도 좀 늘어나고 타인의 말을 좀 이해하는 능력도 늘었고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또 공연하는 무대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존감도 올라가고 연극치료에 대한 부모님들의 인식도 굉장히 많이 달라지는 걸 제가 직접 봤어요. 그 계기로 저는 연극치료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그래서 저도 동참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협회를 설립하시게 되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Q. 협회를 설립하시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A. 그 당시에는 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최소한 3년 경험이 있어야 설립 인가를 해줬고요. 설립해 주시는 담당자들도 연극치료에 대한 관심이나 경험 없으셨기 때문에 그걸 알리는 데도 굉장히 어려웠고요.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Q. 연극치료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A. 제 경험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 협회 산하에 극단이 하나 있어요. 극단 이름이 치유예요.(웃음) 극단치유에서 작년에도 정기공연을 했어요. 치유공연이니까 참여자분들을 배우라고 합시다.
저도 배우로 참여했는데 그때 경험이 굉장히 강렬했어요. 그래서 이거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다 하면 좋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치유 공연은 대본이 없이 연습을 시작해요. 대본은 배우들이 공동으로 창작하는 과정에서 완성해요. 그 과정에서 내 무의식 속에 있었던 어떤 결핍이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알겠더라고요.
함께 공연을 하고 지도해 주시는 박미리 교수님이 던져주시는 그 주제에 다가갈 때 ‘이게 나의 근본적인 문제구나. 나의 어려움이 여기서부터 시작됐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의 무의식에 깔려있던 것은 외로움이었어요. 유아기부터 갖고 있었던 외로움의 실체를 대면했을 때 굉장히 놀랐어요. 까마득한 과거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공연 연습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그 외로움을 직면하면서 오히려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졌어요.
그리고 동료 배우들도 각자 풀어내야 할 내면의 문제들이 드러나는데, 서로 공감대를 갖고 무조건 수용해 주는 분위기에서 굉장히 안전하다고 느꼈어요. 나의 내면이 이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함과 믿음이 있었죠. 그렇게 절대적으로 사람을 믿는 경험도 삶에서 중요한 경험이거든요.
무대에 올랐을 때 짜릿했던 또 하나의 경험은 무대 위에서 나를 향해 관객들이 호응하고 수용해 주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 이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치유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이러한 연극치료가 주는 힘이 있어요. 나를 발견하고 직면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요. 그래서 모두에게 권하고 싶어요.

Q. 연극치료를 할 때, 연극치료사가 지녀야할 중요한 가치나 자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연극치료사로서 참여자의 치유와 회복의 주체가 참여자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치유해 주는 사람 같지만 사실 주체는 참여자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연극치료사가 가져야 될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자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의 가치관으로 참여자를 판단하거나 이끌어 가면 안 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자세는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존중해 주는 거예요. 내 가치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이고 참여자는 참여자의 가치가 있어요. 내가 그 참여자분을 인정해 주지 않고 나의 가치를 자꾸 내비치고 그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면 그것은 교육이지 치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제일 중요한 자세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존중해 주는 거예요.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극치료사는 늘 자기 점검을 해야 돼요. 내가 갖고 있는 이 태도가 바른지 또는 내가 너무 소진됐을 때 참여자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닌가하는 자기 점검을 계속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는 슈퍼비전 받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조언과 지도를 받으면서 같이 가는 수련감독님들이 계시죠.
Q. 연극이라는 예술의 어떤 특성이 심리적인 안정과 치유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제게는 좀 어려운 주제에요.(웃음) 예술은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한다면, 아름다움에는 그것을 추구하고, 창조하고, 보고, 듣고, 느끼고, 향유하는 감각 행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특성은 창조자와 향유자가 어떤 아름다운 매개체를 가운데 두고 서로 통하는 것이고, 예술에서의 치유성은 이러한 매개를 통한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그 예술 매개를 통한 만남의 현장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역할을 부여받았을 때 저희 연극 치료에서는 이를 반복해서 본인이 체득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까 제 경험에서도 느꼈던 그 무의식 속의 외로움을 한 번만 느꼈다면 저한테는 별로 효과가 없었을 텐데 계속 반복해서 드러내고, 나의 외로움을 어떻게 내가 다룰 것인가를 반복했기 때문에 체득이 됐거든요. 연극치료에서는 체득까지 이르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연극이라는 예술이 갖는 특징은 허구성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사실은 극적 현실이라는 허구의 공간에서 진행되거든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가능해요. 그래서 연극의 허구성도 심리적인 안정에 기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문화예술계에 종사하시는 대표님께 있어 문화예술이 지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이것도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문화는 특정 사회와 특정 시대에 응축되어 살아 움직이는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요즈음 K-culture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이 사실은 우리의 정신이 나가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다음으로 예술은 갈고 닦음이라고 생각해요. 예술로써 어떤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영감도 필요하지만 그 영감을 살리기 위한 기술이 또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예술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술을 누리는 사람도 창작물에 들어가는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직관적으로 창작물을 보지만 사실은 보는 데에도 우리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요.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면 들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알 수 있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그 가치를 몰라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문화예술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시공간을 넘나드는 아름다움이고, 그 가치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치유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연극치료의 발전을 위해 하시고 싶은 노력과 이를 통한 발전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습니다.(웃음) 이제 어느덧 한국연극치료협회가 20년이 됐습니다. 그래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굉장히 많이 성장했어요. 저희가 그동안에 배출한 연극치료사가 대략 250명 정도 돼요.
사실 연극치료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요. 왜냐하면 저희 나름대로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연극치료사 자격증을 가볍게 취득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 인격을 다루는 문제이고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자격증을 쉽게 줄 수는 없다는 게 저희가 20년 동안 지켜온 가치입니다. 현재 연극치료사들의 활동 범위는 광범위합니다. 전 방위적으로 점점 늘어서 지금 전국적으로 연극치료사분들이 자리하고 계세요.
예를 들면 부산, 경주, 창원, 대전, 광주 등에서 지역사회활동을 많이 하고 계세요. 지금 계속해서 네트워크 형성이 되고 있어서 사업이 있으면 그 지역의 분들과 함께 연계해서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참여 대상자도 특정한 분들 뿐만이 아니라 국가 위기에 있을 때에도 관여를 합니다. 예를 들면, 이태원 참사 이후에 국가사업에 관여를 했었어요. 그리고 장애인분들뿐만이 아니라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연극치료를 합니다. 한 번은 국방부 쪽에서 의뢰가 들어와 군인들을 참여자로 연극치료를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단일 협회로 출발을 했는데 지금은 저희 산하에 ‘극단치유’와 ‘한국연극치료연구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관 및 대학 단체 등을 포함해서 약 22곳과 MOU를 체결해서 교류하고 있어요. 또한 KCI등재 학회인 한국연극예술치료학회와도 함께 연구 및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협회는 용인대학교 대학원과도 MOU를 체결하여 연극치료 석사과정, 그리고 예술치료 박사과정과 함께 교류하고 있어요. 이렇게 아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저희 한국연극치료협회 양성과정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원하시면 용인대학교 대학원에 가셔서 석사 또는 박사를 하시는 분들이 지금 꽤 많이 계세요.
저희는 연극치료사들이 현장에 나가서 참여자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기초가 단단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달에 두 번씩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필수로 들어야하는 워크샵들이 또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A.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극치료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믿고 있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소망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연극치료가 더 널리 알려져서 심리적 어려움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기업에 다니는 사람, 각종 특정 직업군과 가족들을 위해 활동하고 싶습니다. 또한 보통 사람들이 자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기의 문제를 알아차려서 그것을 어루만지고 자신을 알아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CEO저널》에서 사단법인 한국연극치료협회 한은주 협회장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오랜 시간 협회와 함께해 오시면서 경험한 연극치료가 보여준 진정한 힘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 바로 기사를 통해 연극치료의 여정과 앞으로의 비전을 확인해 보세요.
기사 링크: http://www.ceojhn.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2
“연극치료가 주는 기회가 있어요. 나를 다시 발견하고 바라볼 기회를 줘요”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들여다보는 내면
[CEO저널=김지은 기자] 삶에서 누구나 하나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상처를 직면하고 해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처를 직면할 용기가 없거나 어떻게 직면을 하고 해결해야하는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이라는 예술이 이를 도와줄 수 있다.
지금까지 그저 지나치기만 했던 나의 진정한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은주 한국연극치료협회 대표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연극치료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Q. 한국연극치료협회와 대표님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연극치료협회의 대표 한은주입니다. 우리 한국연극치료협회는 2005년 6월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20주년이 됐고요. 기념행사들을 알차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초대 회장으로 박미리 대표님이 계셨고, 2대 회장에 이선형 대표님 그리고 제가 3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협회 창립부터 이사로 계속 있었습니다.
Q. 연극치료사가 구체적으로 하는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네. 예술적인 경험을 통해서 심리 치유와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입니다. 우리 협회 정의에서는 연극치료사는 참여자의 심리적 문제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 연극 활동을 매개로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면, 즉흥극, 역할극, 스토리텔링, 가면, 인형, 신체 움직임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연극 매체를 사용해서 참여자가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도록 해주고 결과적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연극치료사는 참여자를 위해서 안전한 치료 환경을 조성해요. 안전하다는 건 물리적인 환경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으로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참여자의 필요한 목표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Q. 나중에 연극치료사가 되기를 꿈꾸는 분들도 계실 거 같은데, 연극치료사가 되기 위한 과정과 꼭 필요한 자격은 무엇인가요?
A. 연극치료사를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이타적인 마음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연극치료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모르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그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우리 협회에서는 연극치료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 한국연극치료협회 공간에서 저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론 과정과 실기 과정 그리고 실습 과정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이 과정들을 이수한 후에 자격 검정 시험을 거치면 2급 자격증을 받습니다. 그러면 2급 자격증 취득하고 그와 동시에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초반에 활동하실 때에는 저희가 다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Q. 한국연극치료협회를 설립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굉장히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아까 말씀드린 초대 박미리 대표님께서 운명적으로 제가 교감으로 근무하고 있던 한국육영학교라는 특수학교로 찾아오셨어요. 한국육영학교는 영화 ‘말아톤’에 나왔던 학교라고 말하면 제일 잘 알아들으시는데요.(웃음)
제가 그 학교의 교감으로 있었는데 당시 용인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 이셨던 박미리 대표님이 학교를 방문하셨어요. 자폐성 장애 아이들이 대부분이던 저희 학교에서 자원봉사로 연극치료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처음 뵙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저도 연극치료가 생소했던 분야였어요. 근데 일단 자원봉사를 하시겠다고 하니 믿고 시작을 했어요. 저희 학교 애들 한 열 명 정도와 연극치료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같이 활동을 하는데 자폐성 장애 아이들이 점점 변하는 거예요. 연극치료 몇 회를 거듭하면서 사회성도 좀 늘어나고 타인의 말을 좀 이해하는 능력도 늘었고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또 공연하는 무대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존감도 올라가고 연극치료에 대한 부모님들의 인식도 굉장히 많이 달라지는 걸 제가 직접 봤어요. 그 계기로 저는 연극치료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그래서 저도 동참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협회를 설립하시게 되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Q. 협회를 설립하시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A. 그 당시에는 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최소한 3년 경험이 있어야 설립 인가를 해줬고요. 설립해 주시는 담당자들도 연극치료에 대한 관심이나 경험 없으셨기 때문에 그걸 알리는 데도 굉장히 어려웠고요.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Q. 연극치료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A. 제 경험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 협회 산하에 극단이 하나 있어요. 극단 이름이 치유예요.(웃음) 극단치유에서 작년에도 정기공연을 했어요. 치유공연이니까 참여자분들을 배우라고 합시다.
저도 배우로 참여했는데 그때 경험이 굉장히 강렬했어요. 그래서 이거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다 하면 좋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치유 공연은 대본이 없이 연습을 시작해요. 대본은 배우들이 공동으로 창작하는 과정에서 완성해요. 그 과정에서 내 무의식 속에 있었던 어떤 결핍이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알겠더라고요.
함께 공연을 하고 지도해 주시는 박미리 교수님이 던져주시는 그 주제에 다가갈 때 ‘이게 나의 근본적인 문제구나. 나의 어려움이 여기서부터 시작됐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의 무의식에 깔려있던 것은 외로움이었어요. 유아기부터 갖고 있었던 외로움의 실체를 대면했을 때 굉장히 놀랐어요. 까마득한 과거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공연 연습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그 외로움을 직면하면서 오히려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졌어요.
그리고 동료 배우들도 각자 풀어내야 할 내면의 문제들이 드러나는데, 서로 공감대를 갖고 무조건 수용해 주는 분위기에서 굉장히 안전하다고 느꼈어요. 나의 내면이 이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함과 믿음이 있었죠. 그렇게 절대적으로 사람을 믿는 경험도 삶에서 중요한 경험이거든요.
무대에 올랐을 때 짜릿했던 또 하나의 경험은 무대 위에서 나를 향해 관객들이 호응하고 수용해 주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 이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치유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이러한 연극치료가 주는 힘이 있어요. 나를 발견하고 직면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요. 그래서 모두에게 권하고 싶어요.
Q. 연극치료를 할 때, 연극치료사가 지녀야할 중요한 가치나 자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연극치료사로서 참여자의 치유와 회복의 주체가 참여자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치유해 주는 사람 같지만 사실 주체는 참여자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연극치료사가 가져야 될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자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의 가치관으로 참여자를 판단하거나 이끌어 가면 안 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자세는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존중해 주는 거예요. 내 가치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이고 참여자는 참여자의 가치가 있어요. 내가 그 참여자분을 인정해 주지 않고 나의 가치를 자꾸 내비치고 그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면 그것은 교육이지 치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제일 중요한 자세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존중해 주는 거예요.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극치료사는 늘 자기 점검을 해야 돼요. 내가 갖고 있는 이 태도가 바른지 또는 내가 너무 소진됐을 때 참여자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닌가하는 자기 점검을 계속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는 슈퍼비전 받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조언과 지도를 받으면서 같이 가는 수련감독님들이 계시죠.
Q. 연극이라는 예술의 어떤 특성이 심리적인 안정과 치유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제게는 좀 어려운 주제에요.(웃음) 예술은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한다면, 아름다움에는 그것을 추구하고, 창조하고, 보고, 듣고, 느끼고, 향유하는 감각 행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특성은 창조자와 향유자가 어떤 아름다운 매개체를 가운데 두고 서로 통하는 것이고, 예술에서의 치유성은 이러한 매개를 통한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그 예술 매개를 통한 만남의 현장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역할을 부여받았을 때 저희 연극 치료에서는 이를 반복해서 본인이 체득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까 제 경험에서도 느꼈던 그 무의식 속의 외로움을 한 번만 느꼈다면 저한테는 별로 효과가 없었을 텐데 계속 반복해서 드러내고, 나의 외로움을 어떻게 내가 다룰 것인가를 반복했기 때문에 체득이 됐거든요. 연극치료에서는 체득까지 이르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연극이라는 예술이 갖는 특징은 허구성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사실은 극적 현실이라는 허구의 공간에서 진행되거든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가능해요. 그래서 연극의 허구성도 심리적인 안정에 기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문화예술계에 종사하시는 대표님께 있어 문화예술이 지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이것도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문화는 특정 사회와 특정 시대에 응축되어 살아 움직이는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요즈음 K-culture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이 사실은 우리의 정신이 나가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다음으로 예술은 갈고 닦음이라고 생각해요. 예술로써 어떤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영감도 필요하지만 그 영감을 살리기 위한 기술이 또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예술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술을 누리는 사람도 창작물에 들어가는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직관적으로 창작물을 보지만 사실은 보는 데에도 우리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요.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면 들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알 수 있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그 가치를 몰라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문화예술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시공간을 넘나드는 아름다움이고, 그 가치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치유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연극치료의 발전을 위해 하시고 싶은 노력과 이를 통한 발전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습니다.(웃음) 이제 어느덧 한국연극치료협회가 20년이 됐습니다. 그래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굉장히 많이 성장했어요. 저희가 그동안에 배출한 연극치료사가 대략 250명 정도 돼요.
사실 연극치료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요. 왜냐하면 저희 나름대로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연극치료사 자격증을 가볍게 취득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 인격을 다루는 문제이고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자격증을 쉽게 줄 수는 없다는 게 저희가 20년 동안 지켜온 가치입니다. 현재 연극치료사들의 활동 범위는 광범위합니다. 전 방위적으로 점점 늘어서 지금 전국적으로 연극치료사분들이 자리하고 계세요.
예를 들면 부산, 경주, 창원, 대전, 광주 등에서 지역사회활동을 많이 하고 계세요. 지금 계속해서 네트워크 형성이 되고 있어서 사업이 있으면 그 지역의 분들과 함께 연계해서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참여 대상자도 특정한 분들 뿐만이 아니라 국가 위기에 있을 때에도 관여를 합니다. 예를 들면, 이태원 참사 이후에 국가사업에 관여를 했었어요. 그리고 장애인분들뿐만이 아니라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연극치료를 합니다. 한 번은 국방부 쪽에서 의뢰가 들어와 군인들을 참여자로 연극치료를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단일 협회로 출발을 했는데 지금은 저희 산하에 ‘극단치유’와 ‘한국연극치료연구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관 및 대학 단체 등을 포함해서 약 22곳과 MOU를 체결해서 교류하고 있어요. 또한 KCI등재 학회인 한국연극예술치료학회와도 함께 연구 및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협회는 용인대학교 대학원과도 MOU를 체결하여 연극치료 석사과정, 그리고 예술치료 박사과정과 함께 교류하고 있어요. 이렇게 아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저희 한국연극치료협회 양성과정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원하시면 용인대학교 대학원에 가셔서 석사 또는 박사를 하시는 분들이 지금 꽤 많이 계세요.
저희는 연극치료사들이 현장에 나가서 참여자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기초가 단단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달에 두 번씩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필수로 들어야하는 워크샵들이 또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A.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극치료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믿고 있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소망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연극치료가 더 널리 알려져서 심리적 어려움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기업에 다니는 사람, 각종 특정 직업군과 가족들을 위해 활동하고 싶습니다. 또한 보통 사람들이 자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기의 문제를 알아차려서 그것을 어루만지고 자신을 알아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